[책마을] '鐵과 생태주의'에서 공존의 가치를 찾다

입력 2019-12-19 13:11   수정 2019-12-20 00:40

철이 수명을 다하면 ‘철스크랩’으로 회수된다. 회수된 철스크랩의 90% 이상은 다시 철로 태어난다. 다 쓴 철을 버리는 게 아니라 모아서 다시 생산한다. 한 번 세상에 나온 철은 생산과 소비, 회수와 재생산의 순환 과정을 40여 차례 되풀이한다. 철은 재활용률이 높은 소재 중 하나다. 철과 생태주의.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듯한 단어 둘을 나란히 놓을 수 있는 이유다.

현대제철은 고철을 녹여 철강을 만든다. 2004년 11월 창간한 현대제철의 사외보 명칭은 ‘푸른 연금술사’다.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아 그간 사외보에 실린 칼럼 중 30여 편을 엄선해 동명의 책으로 엮었다.

생태와 인문, 철과 생활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눠 글을 실었다. 시인과 소설가부터 사진가와 건축가, 문학평론가와 교수, 자유기고가까지 필자의 면면도 다채롭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태학과 경제학의 화해’에 대해 생각하고 김동옥 여행작가는 경남 함안, 이은옥 시인은 강원 인제를 찾아 사색에 잠긴다. 문학평론가 최원식, 시인 장석남 박형준 김성장은 소설의 행간을 읽어주고 가슴에 와 닿는 시를 소개한다.

풍성한 사진에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쓴 글이 부담 없이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한다. 채영주 자유기고가는 호미에서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김매기에 매달린 농부의 모습’을 떠올리고, 김수우 시인은 ‘박히면서 무게를 버티고 어디서든 제 머리통을 잠잠히 내주고 박히는’ 못에 대해 생각한다. 공선옥 소설가는 시래기를 보며 ‘평생을 햇빛과 바람에다 제 속의 눈물 한숨 근심 고통 노여움을 풀어놓고 말리며 살아온 사람들’을 얘기하고, 이문재 시인은 ‘어릴적 친구 어머니가 내놓은 올챙이묵을 떠올리면서 과묵한 음식 묵’을 추억한다.

칼럼들의 문체는 전반적으로 담백하면서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독서와 여행, 환경, 음식 등 우리를 둘러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조영탁·장석남·김동옥 등 지음, 디자인21, 244쪽, 1만6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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